뉴욕, 수많은 이미지로 익숙한 도시지만 막상 그 땅을 직접 밟아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우리를 맞이해요.
저 역시 여행 전에 수많은 후기와 영상을 찾아봤지만, 실제로 부딪혔던 장면들은 책이나 블로그엔 없던 이야기들이었어요.
오늘은 혼자 뉴욕 여행 중 제가 진심으로 ‘놀랐던’ 순간 세 가지를 나눠볼게요.
1. 지하철 안에서 만난 즉석 재즈 공연
처음 뉴욕 지하철을 타던 날, 약간 긴장했어요.
길을 헷갈리진 않을까, 사람들은 차갑진 않을까.
그렇게 6번 트레인에 앉아 있었는데, 정말 영화나 드라마처럼 갑자기 객차 문이 열리더니 두 남자가 트럼펫과 더블베이스를 들고 들어왔어요.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울려 퍼지는 재즈 선율에 사람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고 음악에 빠져들기 시작했죠.
그 짧은 3분 동안, 뉴욕의 거리와 감성이 음악으로 바뀌는 경험을 했어요.
사람들은 박수를 치고, 동전 몇 개를 모자에 던지고, 어떤 사람은 눈을 감고 리듬을 탔어요.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어요.
지하철이라는 공간이 이렇게 따뜻하고 풍성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어요. 뉴욕의 정체성은 아마 이런 예고 없는 순간에 숨어 있는 것 같아요. 이후로는 지하철 탈 때마다 작은 기대를 하게 됐죠.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마주하게 될까, 하면서요.
재밌는 건, 누군가 일부러 연출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그저 일상의 한 장면처럼 등장한 공연이, 아직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 깊은 순간이었습니다.
2. 브루클린 동네 마트에서 만난 한식 코너
여행 중 일주일째쯤, 한식이 그리워지기 시작했어요.
“해외여행 가면 한식 생각날 때 꼭 있잖아요~” 그래서 브루클린 숙소 근처 마트를 둘러보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코너를 발견했어요. 비빔밥 세트, 불고기 볶음, 심지어 오뚜기 라면까지 갖춰진 ‘한식 냉장 진열대’가 눈앞에 펼쳐진 거예요.
직원에게 물어보니, 이 지역에 한국 유학생과 교포가 많아 수요가 꾸준하다고 하더라고요. 그 순간, 타지에서 느껴지는 작은 한국의 온기에 울컥했어요. 혼자 여행하며 힘들거나 외로운 날엔 그 마트에서 불고기 덮밥 하나 사서 숙소에서 조용히 먹곤 했죠.
뉴욕이 글로벌 도시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생활 속에서도 ‘한국’이 잘 녹아 있다는 걸 체감할 줄은 몰랐어요. 낯선 도시가 조금은 내 편이 되어주는 기분. 아마도 가장 따뜻하게 놀란 순간이었어요.
심지어 진열대 한쪽에는 ‘비건 김치’와 ‘K-BBQ 소스’도 있었는데, 이게 단순히 교포 상점이 아니라 이제는 현지인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스며든 한국 음식이라는 점에 더 놀랐죠. 그날은 그 불고기 한 상자에 위안도, 자부심도 함께 들어 있었어요.
3. 갑자기 쏟아진 폭우 속 센트럴파크
뉴욕의 날씨,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날처럼 급변하는 하늘은 처음이었어요. 센트럴파크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어요.
도망치듯 뛰기 시작했지만 공원 안은 너무 넓고, 지붕 하나 없는 공간에서 비를 그대로 맞으며 뛰어야 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저뿐만 아니라 수십 명의 사람들이 같이 비를 맞으며 웃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커플, 아이들, 혼자 온 여행자들까지. 물에 흠뻑 젖은 채로 웃는 얼굴들이 어쩐지 그 풍경 자체가 영화 같았어요.
뉴욕 여행 중 ‘불편함’이 감동으로 바뀐 첫 순간이었죠. 날씨 하나도 마음처럼 되지 않지만 그게 바로 진짜 여행의 묘미이기도 하다는 걸 그날 비에 젖은 채로 깨달았어요.
그 후로는 비가 와도 일정을 멈추지 않았어요. 센트럴파크에서 맞은 그 폭우 덕분에, 저는 여행의 완벽함은 예측이 아니라 우연에서 시작된다는 걸 처음 배운 셈이었죠. 그건 단순한 기상 이슈가 아니라, 태도의 변화였어요.
뉴욕은 거대한 도시지만, 작은 순간 하나하나가 너무 강렬해서 오래 기억에 남아요.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오히려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기도 하고요. 이번 여행에서 제가 놀랐던 세 가지는 감성, 익숙함, 그리고 예측 불가능함이 만들어낸 결과였어요. 그래서 뉴욕은 한 번 가면 또 가고 싶은 도시가 되는 거 아닐까요? 당신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기를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