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한 편의 드라마 속 배경처럼 다채로운 얼굴을 가진 도시예요. 여행을 하면서도 익숙한 거리, 계단, 카페를 마주칠 때마다 “어, 이거 어디서 봤더라?” 하는 순간들이 많았죠. 바로 우리가 오랫동안 사랑해온 미국 드라마, 가십걸, 프렌즈, 섹스앤더시티의 촬영지들이었기 때문이에요. 이번 글에서는 제가 실제로 찾아간, 미드 속 뉴욕 명소를 따라가며 느꼈던 감정들과 현장의 분위기를 가득 담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가십걸 따라가기: 어퍼이스트사이드와 메트 스텝스
‘가십걸’을 처음 본 건 고등학생 때였어요. 드라마를 통해 본 뉴욕은 너무나 세련되고 럭셔리해서, 언젠가 꼭 한 번 가보리라 다짐했죠. 그리고 마침내 뉴욕에 도착해 가장 먼저 향한 곳이 바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 앞 계단, 일명 Met Steps였습니다. 드라마에서 세리나와 블레어가 교복을 입고 나란히 앉아 브런치를 먹던 바로 그 장소죠.
실제로는 현지 고등학생, 예술 전공 학생들이 계단에 앉아 간식을 먹거나 책을 읽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커피 하나 사서 그 자리에 앉아 사진도 찍고 잠시 멍도 때려봤어요. 너무 자연스럽게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근처에는 블레어의 집으로 설정됐던 1136 Fifth Avenue 건물도 있어서 산책하며 구경했어요. 정말 고풍스럽고 정제된 분위기의 거리였어요.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곳은 ‘콘스탄스 빌라드’ 학교의 촬영지였던 뉴욕 시 박물관(Museum of the City of New York). 외관이 클래식하고 고풍스러워서, 실제로 드라마 세트 같았어요. 드라마 속 학교 장면 대부분이 여기서 촬영됐다고 하더라고요. 어퍼이스트사이드는 거리 자체가 고급스럽고 한산해서, 걷기만 해도 부유한 감정이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가십걸 팬이라면 이 지역은 무조건 필수입니다.
프렌즈 따라가기: 베드포드 스트리트와 그리니치 빌리지
프렌즈는 뉴욕을 ‘친근한 도시’로 느끼게 해준 드라마였어요. 20~30대 청춘들이 커피 한 잔과 일상 속 대화로 웃고 울던 공간. 그 중심에 있었던 장소가 바로 프렌즈 아파트 외관이죠. 주소는 90 Bedford Street, 맨해튼의 그리니치 빌리지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요.
실제로 찾아갔을 때, 주변은 조용하고 주택가 느낌이 강했어요. 아파트 건물은 3~4층 높이의 벽돌 건물이었고, 1층에는 Little Owl이라는 작은 레스토랑이 운영 중이에요. 팬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고, 저 역시 전날부터 미리 구글맵에 저장해둔 덕분에 찾기가 어렵지 않았어요.
그리니치 빌리지(Greenwich Village)는 자유롭고 보헤미안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동네였어요. 골목골목마다 독립 서점, 레코드숍, 작은 공연장이 있어서, ‘프렌즈’ 속 일상이 진짜였을 것 같은 장소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특히 드라마 속처럼, 근처 작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간은 매우 특별했어요. 'Central Perk'은 실존하지 않지만, 프렌즈 감성을 떠올리게 하는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들이 이곳엔 참 많았어요.
섹스앤더시티 따라가기: 캐리의 집과 소호, 매그놀리아 베이커리
‘섹스앤더시티(SATC)’는 많은 여성에게 뉴욕에 대한 로망을 안겨준 드라마예요. 특히 패션, 연애, 우정, 그리고 뉴욕이라는 도시 자체에 대한 감성이 이 드라마에 진하게 배어 있었죠. 그래서인지 캐리 브래드쇼의 삶을 따라 걷는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감정 이입 여행’에 가까웠어요.
캐리의 아파트 외관으로 유명한 장소는 66 Perry Street. 웨스트빌리지의 조용한 골목에 있는 이 건물은 여전히 많은 팬들이 찾는 명소예요. 물론 출입은 불가하고 조용히 사진만 찍고 가는 것이 매너입니다. 건물 앞에는 'No Trespassing' 팻말도 있었지만, 주민들도 익숙한 듯 그 풍경을 받아들이고 있더라고요.
바로 근처에는 캐리가 컵케이크를 먹던 Magnolia Bakery도 있어요. 베이커리 앞에는 항상 줄이 길지만, 꼭 먹어볼 가치가 있어요. 제 추천은 바닐라 컵케이크! 캐리가 친구들과 앉아 수다 떨던 벤치도 여전히 있고, 컵케이크 하나 들고 그 자리에 앉아 있으니 진짜 뉴욕 로컬이 된 기분이었어요.
이 외에도 캐리와 친구들이 자주 오간 소호(SoHo)와 노호(NoHo) 지역엔 여전히 감각적인 부티크, 갤러리, 레스토랑이 즐비해요. The Soho House 루프탑이나 Il Cantinori 같은 고급 레스토랑도 드라마의 향수를 자극합니다. 이번 여행에선 외관만 보고 지나쳤지만, 언젠간 저도 캐리처럼 저곳에서 친구들과 와인 한 잔 할 날이 오겠죠.
섹스앤더시티 촬영지들을 따라다니며 느낀 건, 이 드라마가 ‘뉴욕에서 사는 여성의 일상’을 굉장히 섬세하게 담고 있었다는 거예요. 그만큼 장소마다 드라마 속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저도 잠시 그 삶을 빌려 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 드라마 속 뉴욕은 단순한 세트장이 아니었어요. 그 공간엔 캐릭터들의 감정, 시기, 계절, 그리고 대사 하나하나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죠. 그래서 그 명소를 따라가는 일은 단순한 ‘성지순례’가 아니라, 내가 사랑했던 드라마 속 인물들을 실제로 만나는 감정과 닮아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