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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센트럴파크 하루 보내기 리뷰(아침/점심/오후/저녁)

by Solo Life, NY Edition 2025. 6. 12.

뉴욕 하면 센트럴파크를 뺄 수 없겠죠?

그리고 뉴욕을 여행하면서 하루쯤은 복잡한 도시의 소음을 벗어나 초록 속에 파묻히고 싶은 날이 찾아오죠.

그럴 땐 망설임 없이 센트럴파크로 향하면 돼요.

맨해튼의 한가운데 있지만, 도시와 완전히 다른 리듬이 흐르는 곳.

오늘은 제가 실제로 하루를 온전히 보내며 느꼈던 센트럴파크의 감성과 팁을 나눠볼게요.

뉴욕 센트럴파크 하루 보내기 관련 사진
뉴욕-센트럴파크

1. 아침 – 72번가 입구에서 시작하는 여유

센트럴파크를 제대로 즐기려면 아침부터 가는 게 가장 좋아요.

저는 72nd Street 입구, ‘베데스다 테라스’ 쪽에서 하루를 시작했어요.

해가 막 떠오른 시간, 공원 안은 아직 조용하고 차분했어요. 조깅하는 현지인들, 개와 산책하는 노부부, 벤치에서 책 읽는 사람들.

이런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베데스다 분수는 영화 속에서 자주 본 명소인데, 직접 보면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워요. 사진 찍기 좋은 계단과 아치형 통로가 있어서,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풍경이 정말 감성적이에요. 근처 ‘로브 보트하우스’에서는 간단한 커피도 살 수 있어, 테이크아웃한 후 천천히 호수 둘레를 걷는 것도 추천드려요. 호수에는 작은 보트들이 떠 있고, 물 위에 비치는 나무 그림자와 햇살이 조화를 이루는 장면은 그냥 바라만 봐도 힐링이에요. 산책로에는 다람쥐도 가끔 지나가고, 사진 찍는 사람들과 눈인사하게 되는 일도 생겨요.

2. 점심 – 셰익스피어 가든과 그레이트 론에서의 피크닉

공원 북쪽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 올라가면 ‘셰익스피어 가든’이 나와요. 이곳은 말 그대로 시적인 공간이에요. 작고 정돈된 꽃길, 석조 벤치, 조용한 언덕길. 혼자 여행할 때 이렇게 정적인 공간이 주는 위로는 정말 특별해요.
근처 델리나 샌드위치 가게에서 간단히 점심을 사서 그레이트 론(Great Lawn)이라 불리는 대형 잔디광장에서 돗자리를 펴고 쉬었어요. 넓게 펼쳐진 잔디밭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요. 책 읽는 사람, 낮잠 자는 사람, 셀카 찍는 여행객, 운동하는 뉴요커들까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쉬고 있다는 게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그늘 아래서 샌드위치를 먹고 음악을 들으며 하늘을 바라보는 그 순간, 뉴욕의 속도에서 잠시 빠져나와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혼자지만 전혀 외롭지 않은 기분, 오히려 혼자여서 더 풍성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죠. 선글라스를 쓰고 가만히 누워 있으면, 내 하루가 영화처럼 느껴졌어요.

3. 오후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산책과 재입장 팁

센트럴파크 바로 옆에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이 있어요. 저는 오후 시간에 햇살이 강해질 때쯤 미술관을 찾았어요. 피크닉 후 살짝 나른해진 몸으로 조용히 미술품들을 보는 시간이 정말 좋았어요.
혼자 여행 중이라면 미술관은 꼭 들러보길 추천드려요. 자유롭게 머무를 수 있고, 오디오 가이드 없이도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요. 특히 인상 깊었던 건 19세기 유럽 화가들의 정물화와 이집트 전시관의 탁 트인 채광 공간이었어요.
팁을 하나 드리자면, MET 티켓은 하루에 한 번만 끊으면 같은 날에 자유롭게 재입장 가능해요.

그래서 중간에 다시 센트럴파크로 나갔다가 해 질 무렵 다시 들어가 조용한 로비에서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답니다.

미술관 내 카페도 아늑해서 천천히 여운을 정리하기에 좋았어요.

4. 저녁 – 자코비나 벤치에서 맞이한 노을

센트럴파크의 하루를 마무리하기 좋은 곳은 공원 서쪽의 ‘자코비나 벤치(Jacqueline Kennedy Onassis Reservoir)’ 근처예요. 저는 이곳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조용히 하루를 정리했어요.
해가 천천히 지기 시작하면 공원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줘요. 분주했던 오전과 다르게 사람들의 움직임도 느려지고, 하늘은 주황빛으로 물들며 반사된 강물 표면이 부드럽게 흔들려요. 벤치에 앉아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은 여행 중 가장 감정이 깊어지는 순간이었어요.
가끔은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명소가 아니라, 이런 잔잔한 장면 속에 숨어 있더라고요. 센트럴파크는 바로 그런 순간을 만들어주는 곳이에요. 혼자 하루를 온전히 공원에서 보낸 날, 저는 여행자가 아니라 잠시 뉴요커가 된 듯한 기분이었어요. 도시가 멀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천천히 닫는 느낌이 참 좋았어요.